이서연(수애)이 알츠하이머형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병원에서 치매 진단을 받은 후 아니라고 도리질을 해보지만 가위조차 생각나지 않는 자신에게 극도로 불안해했습니다. 동생 문권(박유환)이 ‘요새 누이 노화현상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농담에도 불같이 화를 냈는데요, 자신의 치매를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요. 서연은 의사에게 치매가 아니라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건망증이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의사는 앞으로 5~6년 후 뇌가 쪼그라들어 바보가 되거나 죽는다는 말에 충격을 받습니다.

서연이 갑자기 치매증상을 나타낸 것은 박지형(김래원)과 도둑질 사랑이지만,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이 됩니다. 서연은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집을 나가 고모집에서 동생과 함께 어렵게 자랐지요. 배가 고파 우는 동생에게 맹물을 먹으라고 내밀며 힘든 시간을 보내온 그녀가 지형을 만나 의지하며 살아왔는데, 더 이상 지형을 만날 수 없게 됐습니다. 핸드폰 번호까지 바꾸고 지형을 잊으려고 하지만, 그럴수록 지형에 대한 추억은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초라한 자신의 처지 때문에 노향기(정유미)에게 지형을 떠나보내야 하는 서연의 눈물이 가슴을 먹먹하게 하네요.

이렇게 서연이 비극의 주인공이 되가는 가운데, 또 다른 한쪽에는 노향기의 아픔이 있습니다. 병원이사장 노홍길(박영규)의 딸로 어려움 없이 밝게 자란 향기는 지형을 향한 사랑만큼은 서연 못지않습니다. 결혼을 앞두고 지형과 드레스도 입어보고, 친구들과 같이 저녁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지형은 향기에게 별로 마음이 없습니다. 서연과 향기 두 여자를 사이에 두고 양다리를 걸치는 지형이 나쁜놈으로 생각되지만요, 향기와는 부모들끼리 일방적으로 정략결혼을 시키려는 거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향기와의 결혼을 피하고 싶지만, 이게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어쨌든 지형을 향한 향기의 사랑은 일편단심 춘향이가 울고 갈 정도입니다. 이런 그녀의 태도가 향기 어머니 오현아(이미숙)는 여간 못마땅한 게 아닙니다. 결혼 전에 친구들과 식사를 한 번 하자며 지형에게 사정하며 전화를 하는 딸을 보며 오현아는 ‘애 가지고 시집 가냐, 왜 벌벌 떠느냐’며 면박을 주지만, 향기는 개의치 않습니다. 부잣집 딸이지만 자존심보다는 지형에 대한 사랑으로 약간 눈이 먼 듯합니다. 그만큼 어릴 때부터 지형을 좋아해 왔고, 지형과의 결혼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형은 어떤가요? 향기와 약혼을 한 상태에서 서연과 불같은 사랑을 한 후 이별했지만 지금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무실로 찾아온 향기를 귀찮아하고 초밥집에서 저녁을 먹으면서도 지형의 머릿속엔 온통 서연 생각뿐입니다. 지형의 눈에는 향기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겉으론 지형과 이별 후에 알츠하이머병까지 걸린 서연이 불쌍해 보이지만, 노향기의 아픔 또한 서연 못지않아 보입니다. 지형은 마음에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향기가 더 측은해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3회에서도 서연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부림치는 지형의 가슴앓이는 계속됐습니다. 서연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렸는데요, 추억신이 나올 때마다 애정신이 나오죠. 향기 몰래 지형과 서연이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썪는 줄 모르고 도둑질 사랑을 해왔다는 겁니다. 향기와 결혼을 코앞에 두고도 서연을 잊지 못하는 지형의 사랑을 아름답다고 봐야 할까요? 만약 지형이 서연의 알츠하이머병을 알게 된다면 지형은 자책감에 더 서연을 찾게 되고, 그럴수록 향기와는 멀어지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서연은 알츠하이머병을 숨기려 했는데, 사촌오빠 장재민(이상우)과 가족들 모두 알게 되니 지형도 알게 되겠지요. 이는 지형과 향기의 결혼에도 큰 변화가 올 것임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향기 입장에서는 한 번도 지형과의 결혼을 의심해본 적이 없는데요, 그녀에겐 큰 충격으로 다가오겠지요. 박지형 입장에선 당장 기억을 잃으며 죽어가는 서연 때문에 향기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으니까요. 서연과 향기 두 여자에게 들이 닥친 불행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요, 향기의 아픔 또한 서연 못지않게 크다고 생각됩니다.

잘 키운 아줌마 열 처녀 안 부럽다. 주부가 바라보는 방송 연예 이야기는 섬세하면서도 깐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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