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서울중앙지검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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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측 기사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를 취재하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UPI뉴스’ 기자 재판에서 검찰이 재판부에 ‘비판 기사’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담당 검사는 그동안 나온 사건 관련 보도 기사도 스크랩해 판사에게 제출했지만, 판사는 받지 않고 되돌려줬다.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2부는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 ’40년 지기’ 황하영 동부산업 전 회장을 취재하다가 기소된 ‘UPI뉴스’ 기자 등 2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 기자들은 지난해 10월 강원도 동해시 황 전 회장 사무실에 담당자 허가 없이 들어왔다는 혐의(공동주거침입)를 받고 있다. 문이 열린 사무실에 들어가 1분 정도 머물렀던 사실이 문제가 됐다.

이날 공판은 재판을 전담하는 공판 검사뿐만 아니라 사건을 수사한 최대호 검사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단순 주거침입 등 사안이 복잡하지 않은 사건에서 수사 검사가 재판에 직접 참여하는 일은 보기 드문 일이다. 대통령 지인과 관련된 문제여서 검찰 내부에서도 중요한 사건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억측 기사 나오지 않길” 요청한 검찰… 기사 스크랩 안받은 판사

사건과 관련한 증거 채택 여부 등을 마치고 재판이 마무리될 무렵, 최대호 검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사 자료를 판사에게 제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기사들이 많이 나왔는데 검찰에 대한 비판이 많다”며 “억측 기사가 나오지 않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를 다룬 언론들의 비판 보도에 부담감을 호소한 것인데, 관련 기사가 보도되는 것은 재판부 재량권 밖의 일이다. 검사의 자료 제출에 대해 ‘UPI뉴스’ 측 변호사는 “쟁점과 무관한 부분”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재판부도 “따로 의견서로 제출하라”면서 자료를 받지 않았다. 검찰이 제출한 기사 모음 자료는 법원 직원이 그 자리에서 다시 검사에게 되돌려줬다.

법조계는 검찰의 이런 행동이 보기 드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용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검사가 기사 스크랩을 재판부에 전달한 것도 이례적이고, ‘비판 기사가 안 나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은 주제 넘은 이야기”라면서 “검사가 재판정에서 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10년 이상 법조 경력을 가진 한 변호사도 “검사가 판사에게 기사들을 제출하고 보도 자제를 요청했다는 얘기는 법조인을 하면서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의아해했다.

이와 관련해 해당 검사가 소속된 서울남부지검은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있는 사건임을 참작해서 재판 진행이 됐으면 좋겠고, 피고인도 편파 시비에 대한 기사 (자료) 제공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검사가 의견을 밝힌 것”이라며 “검사가 사건 기소 과정에서 이런 기사들이 나왔던 사건이라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기사]
윤 대통령 ’40년지기’ 황하영 취재한 기자들, 주거침입 기소 http://omn.kr/20soe
“윤 대통령 ’40년 지기’ 취재가 주거침입? 영향력 실감” http://omn.kr/20to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