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시사평론가 김준일 씨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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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범야권이 192석을 얻어 압승했다. 이로써 22대 총선은 정권 심판 선거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통상 정권 중반기에 열리는 선거는 ‘정권 평가’의 성격이 강하지만, 이번처럼 강하게 정권 심판 바람이 불었던 적은 없었다.

총선 다음날인 11일 윤석열 대통령은 “민의를 받들어 국정 쇄신에 나서겠다”라고 밝혔고, 한덕수 총리 등이 사퇴했다. 그렇다면 국정 기조가 달라질까? 총선 결과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국을 전망해 보고자 지난 11일 시사평론가 김준일씨를 전화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결정적 순간,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과 조국혁신당 창당

– 22대 총선에서 개혁신당을 포함한 범야권이 192석 얻어 압승했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일단 정권 심판론이 거셌다고 봅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범야권 200석’ 얘기가 나오기는 했지만 거기에 미치지 못한 걸로 끝이 났습니다. 국민들이 합의하거나 토론해서 이런 결과 낸 것은 아니지만, 집단지성의 결과로 봐야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윤석열 정권에 대해서 강하게 심판을 해야 되는 건 맞지만, 탄핵까지 가는 것은 아니라고 국민들이 판정 내려줬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 왜 유독 이번에 정권 심판론이 강하게 불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를 그만큼 못했기 때문이겠죠. 야당은 말씀하셨다시피 항상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 정권심판론이 오히려 안 통한 경우가 많았어요. 왜냐하면 역대 총선을 보면 대부분 다 여당이 승리하거나 여당이 과반을 가져갔습니다. 2004년에는 열린우리당이 과반 가져갔고, 2008년에는 한나라당이 과반 가져갔고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에도 이름 바꾼 새누리당이 과반을 가져갔어요. 물론 2016년에 여당이 근소한 차로 민주당에 패배했죠. 하지만 2020년에도 민주당이 여당이었는데 여당이 대승했단 말이에요. 즉 정권 심판론이 생각보다 잘 통하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게 맞죠.

다만 이번에 정권 심판론이 강했던 건 나라 경제나 민생, 물가 등이 정말 문제가 많고,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고, 국격이 떨어지고 있는 상식적이지 않은 일들이 켜켜이 쌓여서 국민들에게 불만이 누적됐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단순히 민주당의 강성 지지층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게 아니라, 더 이상 이런 식의 국정 운영을 볼 수 없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모여서 나온 결과가 아닐까 합니다.”
큰사진보기 ▲ 지난 3월 28일 당시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위산업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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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총선의 결정적 순간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같아요.

“그렇죠, 3월 10일 이종섭 대사가 출국해요. 3월 10일 이전 여론조사와 이후 여론조사가 확연하게 바뀝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하는 과정부터 논란이 시작됐지만, 대통령이 이를 철회하거나 보류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걸 밀어붙이면서 민심이 폭발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3월 4일에 조국혁신당이 출범한 것도 결정적 장면이었죠.”

– 이번 총선에서 이변은 서울 도봉갑의 김재섭 후보와 경기 화성을의 이준석 후보가 당선된 것 같거든요. 두 지역은 민주당에 우호적인 지역이잖아요. 민주당의 공천 때문일까요?

“민주당 공천이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보긴 힘들어요. 민주당 공천 때문에 어느 정도 두 후보가 이득을 봤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안귀령 후보와 공영운 후보의 특징은 정치 신인이라는 거예요. 첫 출마한 분들이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분들에 대한 지역 구민들의 지지도가 아직 형성되기도 전에 논란과 잡음부터 사람들이 접한 거죠.

(김 당선인과 이 당선인은) 다른 무엇보다도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그리고 이들이 비윤이었다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친윤이었으면 중도나 아니면 민주당 지지 성향의 분들이 아마 표를 주기가 어려웠을 거예요. 왜냐면 정권 심판론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요. 근데 이분들은 어쨌든 상대적으로 억지 주장하거나, 윤석열 정부에 대해 무리하게 쉴드치는 것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죠, 오히려 이준석 대표 같은 경우 (윤 대통령에게) 탄압받았다는 서사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의 분들이 이들에게 표를 줘도 심리적 부담감이 덜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이번에 민주당 얻은 의석이 21대보다 적었잖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크게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국민의힘은 지난번 103석에서 이번에 108석으로 5석이 늘었다고 보통 얘기를 하잖아요. 근데 실제로는 국민의힘은 2020년에 103석이 아니라 사실상 107석이었습니다. 왜 그러냐면 권성동, 윤상현, 홍준표, 김태호 같은 거물급 중진급이 무소속으로 나와서 당선된 다음에 미래통합당에 입당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난번 선거는 보수가 107석을 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고, 107석에서 1석 늘어서 108석이 된 거거든요. 그러면 사실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여당에 참패를 안겨준 민의를 받들어 국정 쇄신에 나서겠다고 밝혔어요. 그리고 한덕수 총리 등이 사퇴했죠. 국정 기조가 바뀔까요?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비서실장 같은 분들 때문에 국정 기조가 이랬던 것인지 우리가 한 번 생각 해보면요, 결국 이건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신념과 고집이에요. 그러면 (문제의 핵심은) 대통령이 바뀌느냐예요. 저는 대통령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대통령이 변할 거였으면 이미 변했어요. 선거가 패배가 임박했다고 여당에서 아우성을 치는데도 선거 전 대국민 담화하면서 51분 동안 하고 싶은 얘기 하셨잖아요. 대통령은 그렇게 쉽게 변하시는 분이 아니에요. 물론 약간의 유화 제스처가 초반에는 나오겠지만 결국 강대강으로 계속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 그럼 야당 대표를 안 만날까요?

“저는 야당 대표는 만날 수는 있다고 봐요. 만날 수는 있는데 생각해 보면 지금과 다음 국회가 많이 다를까요? 대통령 입장에선 앞으로는 올라오는 법안들 다 거부권 행사하기엔 부담이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지금과 큰 차이가 없어요. 왜냐하면 탄핵당할 위기는 이미 넘겼잖아요. 민주당 입장에서도 만약에 윤석열 대통령이 내미는 손을 함부로 덥석 잡았다가는 강성 지지자들의 엄청난 비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어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보면 윤석열 대통령도 바뀌기가 쉽지 않고 야당의 스탠스도 바뀌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강대강으로 당분간 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정치권의 ‘한동훈 특검’을 추동하는 민심
큰사진보기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제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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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사퇴했어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처럼 될까요?

“저는 황교안 대표처럼 될 가능성을 배제 하지 않는데, (그럼에도) 황교안 대표와는 다를 것 같아요. 왜 다르다고 생각 하냐면 황교안 대표가 미래통합당의 패배 책임을 안고 물러나긴 했죠. 하지만 황교안 대표 같은 경우 그 이후 정치적으로 본인이 재기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제한적이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고요.

한동훈 비대위원장 같은 경우 윤석열 대통령의 정권 심판론이 거셌기 때문이지 본인 때문에 선거에서 졌다고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또 그렇게 생각하는 지지자도 있을 것이고요. 본인이 기회를 얻어 재기하려고 노력할 테고 그게 아마 전당대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근데 (그 시도가) 먹힐지 아닐지는 지켜봐야 될 것 같아요.”

– 이번에 비윤계가 많이 살아 돌아왔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일단은 비윤계가 살아 돌아왔다는 건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친윤계도 살아 돌아온 사람이 있지만 상당수는 영남이에요. 그러나 비윤 같은 경우에는 상당수가 수도권에서 본인의 경쟁력을 입증한 거잖아요. 그럼 비윤들은 이제 할 말이 있는 거죠.

비윤들이 수도권에서 대부분 살아돌아왔다는 얘기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론에서 이 후보들이 비껴갔다 거예요. 그래서 비윤계들이 앞으로 당의 운영이나 당권을 놓고 목소리를 높일 거예요. 그러나 영남을 중심으로 하는 분들이 비윤계를 따르겠다고 하기에는, 아직 대선도 많이 남았고 대통령의 권력도 강하고 이렇거든요. 친윤과 비윤은 약간의 갈등 관계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국민의힘 차기 당권은 누가 잡을까요?

“솔직히 누가 나올지도 모르겠고요. 근데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고요. 본인의 정치력을 좀 검증하고 싶은 것도 있고, 요즘은 정치 트렌드가 사람들 눈에서 잊히면 다시 회복하기가 힘들어요. 특히 한동훈 위원장 같은 신인한테는 어렵죠. 그래서 한동훈 위원장은 나올 것 같고요. 그리고 비윤 주자 중에서도 한두 명이 나올 것 같고요. 다만 친윤에서도 나올 것 같아요. 왜 그러냐면 2016년에 4월 총선에서 진 다음에 새누리당이 오히려 친박 색채가 강해졌어요. 그래서 이정현 홍보수석이 당 대표가 됐거든요. 이런 식으로 대통령 중심으로 뭉치려고 하는 세력이 또 나올 수가 있습니다.”

– 녹색정의당은 0석이에요. 진보 정치는 어떻게 될까요?

“일단 녹색정의당 같은 경우 당의 존망이 걸린 상황이 됐죠. 그래서 녹색정의당에 계신 분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 같고요. 진보 정치 같은 경우 당분간 반윤석열 전선에 합류하는 것이 본인들의 생존을 도모하는 길인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진보당 쪽이 그러고 있잖아요. 그리고 진보정당 계열의 주도권 헤게모니가 통진당 해체 사건 이후 정의당 계열로 왔는데 이들은 PD 계열이죠, 이것이 진보당 계열인 NL 계열로 넘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 이후 정국은 어떻게 흘러갈 거로 전망하세요?

“일단 조국혁신당에서 이미 ‘한동훈 특검’ 발의하겠다고 나온 상황이죠. 이미 민주당의 강성 지지자들, 조국혁신당 찍으신 분들은 복수를 원합니다. 그러니까 지지자들의 열망을 외면하기 굉장히 힘들어요. 자전거가 이미 속도를 내기 시작했는데 여기에서 속도를 줄이면 이 자전거는 쓰러질 수가 있어요. 그래서 더 세게 윤석열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공격하고 때리고 특검하고, 이런 걸 원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당분간은 ‘선명성’ 경쟁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조국혁신당과 똑같은 보폭으로 할 수는 없어요. 왜냐하면 민주당은 거대 정당이고 그렇게 되면 중도층에서 또 욕을 많이 먹기 때문에요. (조국혁신당이) 한동훈 특검을 발의한다고 했을 때, 완전히 반대할 수도 없지만 이것을 최우선 과제로 같이 추진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면 다른 아젠다들을 꺼내죠. 이를테면 그게 채 상병 특검이 될 수도 있고 김건희 특검이 될 수도 있고 국정조사가 될 수도 있고 이런 것들을 더 우선이라고 하면서 강공 드라이브를 당분간 걸 가능성이 있어요.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스탠스로 나오고 어떻게 인사를 하느냐에 따라서 이런 전략들은 바뀔 수가 있을 것 같아요.”

– 한동훈 위원장이 사퇴한 상황에서 특검법 가능할까요? 자칫 잘못하면 한 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을 키워줄 수도 있는데.

“과거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 민주당이 한동훈 장관을 (역설적으로) 키워준 사례를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때와는 상황이 다를 겁니다. 특검의 내용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자녀의 논문표절 의혹이 특검의 취지에 맞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지만 고발 사주 개입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동훈 특검이 통과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법의 밑바닥에 깔린 대중의 정서는 검사들의 내로남불입니다. 검사들은 온갖 혐의를 갖다 붙여 정치인들을 수사하지만 정작 자신들이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한없이 관대하다는 겁니다. 게다가 중도층은 물론 보수진영에서도 한동훈 위원장에 대한 실망감이 커진 상황입니다. 특검 대상이 된다고 해서 맹목적으로 응원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탄압받는 정치인 이미지보다 법꾸라지 같은 이미지가 더 크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전북의 소리’에 중복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