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방송사에 대한 ‘압박’이 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방송3사가 야권후보에 유리한 방송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 새누리당이 어제(14일)는 직접 방송3사를 방문, 보도국 간부들에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언론비평전문지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새누리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소속 의원들은 14일 오후 MBC, KBS, SBS 등 방송 3사 보도국 간부들을 만나 자신들이 편파보도를 당하고 있다며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새누리당 문방위 간사인 조해진 의원을 비롯해 김장실·염동열·이우현·이재영 의원 등 문방위원들은 이날 항의방문에서 자체모니터단 보고서를 근거로 방송3사가 새누리당에 불리한 편파보도를 하지 말라며 간부들에게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새누리당 주장의 핵심은 ‘문재인 안철수 단일화’ 이후 박근혜 후보에 대한 보도가 부족하다는 것.

새누리당, 말도 안 되는 편파보도 주장에 이어 항의방문까지 …

조중동 등 수구언론을 비롯해 방송3사의 ‘적극적 지원’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이 공식 석상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발표한 것 자체가 코미디인데, 이것도 모자라 이젠 방송3사를 직접 항의방문까지 했다고 하니 정말이지 어이가 없어도 너무 없습니다. 대한민국 집권 여당 새누리당의 언론관 수준이 딱 이 정도입니다.

문제는 새누리당의 이 같은 ‘말도 안 되는’ 압박이 방송3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MBC는 노골적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보도는 주요뉴스로 배치하면서 불리한 보도는 하지 않고 있고, SBS의 경우 박 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는 메인뉴스에서 누락시킵니다. KBS는 ‘양적·기계적인 균형’에만 신경을 씁니다. 마치 영혼 없는 공무원을 연상시키는 보도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14일 방송3사 메인뉴스를 한번 볼까요. 이날 방송사들은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중대기로’와 ‘MB내곡동 사저 특검팀이 이시형 씨가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내린 것을 주요뉴스로 보도했습니다. SBS는 ‘단일화 중대기로’를, KBS MBC는 내곡동 특검 관련 소식을 각각 헤드라인 뉴스로 배치했습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정책발표를 다루는 부분에서 문제점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특히 MBC <뉴스데스크>는 안철수 후보 측이 단일화 협상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소식보다 박근혜 후보가 여성정책을 발표한 것을 먼저 배치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편집을 선보였습니다.

‘단일화 뉴스’보다 박근혜 여성정책 발표를 먼저 배치한 MBC

<“셋째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는 14일 MBC <뉴스데스크> 5번째로 뉴스로 등장했는데 … 저는 이 내용이 정말 메인뉴스 5번째로 배치될 만한 것인지 MBC 보도국 간부들을 향해 묻고 싶습니다.

더구나 MBC는 이 리포트 말미에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표이던 법무법인 부산이 신용불량자들의 채권 연장에 필요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해주고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70억 원을 받았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슬쩍’ 끼워 넣기까지 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여성정책 발표내용을 상세히 설명해주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문재인 후보는 마치 대단한 비리가 있는 것처럼 부풀리는, 가장 흔한 편파보도 행태를 MBC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MBC의 편파보도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어제(14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김재철 MBC사장 퇴진을 사실상 약속했었다는 MBC노조의 기자회견 이후 파문이 확산됐지만 MBC는 이와 관련한 뉴스를 단 한 줄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MBC노조와 박 후보 사이의 ‘메신저’ 노릇을 한 이상돈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 위원도 노조의 주장을 인정, 사실관계가 명확한 사안이었지만 MBC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방송을 집권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 새누리당과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를 충실히 반영해 자신의 기득권 연장을 꾀하려 하는 MBC경영진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인 거죠. 요즘 MBC를 향해 조중동보다 더한 ‘친박 언론의 선두주자’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런 비난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누리당의 ‘일방통행식’ 항의 방문에 입도 뻥끗 못하는 방송사들

사실 MBC 편파보도 못지않게 심각하게 바라봐야 할 것은 방송사들이 새누리당의 ‘일방통행식’ 항의 방문에 입도 뻥끗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집권 여당이라고는 하나 기본적인 언론관이 의심스러운 모니터보고서를 바탕으로 ‘비상식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방송3사가 여기에 대해 제대로 된 입장 하나 발표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더구나 이번 새누리당의 집단방문은 방송 정책이나 방송규제기관 인사 문제를 직접적으로 관장하는 국회 문화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주축이 됐습니다. 새누리당은 ‘언론협조차원의 방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방송사들 입장에선 무언의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KBS MBC SBS는 이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은 물론 제대로 된 리포트 하나 내보내지 못했습니다.

허긴 … 새누리당 의원들이 MBC에 도착하자 국회를 출입하고 있는 반장이 영접(?)해 올라갔을 정도라고 하니 제가 ‘쓸 데 없는’ 걱정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방문을 두고 “소가 웃을 일이다. 새누리 의원들은 항의가 아니라 격려차 MBC를 방문한 것이라 추정된다”는 MBC노조 관계자의 발언이 단순히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새누리당보다 더 한심하고 답답한 KBS MBC SBS라는 얘기입니다. ‘박근혜, 김재철 사장 퇴진 약속 파기’ 리포트도 못하는 방송사(MBC SBS). 모든 것을 정치공방으로 처리하는 ‘공방 방송사’(KBS). 이런 방송사들과 이번 대선을 공정하게 치룰 수 있을까요. 소속 기자들, 부끄러운 줄은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