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4%를 기록, 장기 저성장 국가인 일본에 25년 만에 뒤졌다. '낙수 효과'를 앞세운 윤석열 정부의감세·규제완화 정책에 대해'약발'이 없었다는 언론 비판이 제기된다.

25일 한국은행은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 4.3%, 2022년 2.6%, 2023년 1.4%로 2년 연속 하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첫 해인 2020년 -0.7%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오일쇼크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대형 악재가 없었으나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IMF(국제통화기금) 추산은 2.0%다.

지난해 한국의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0%대다. 1분기에는 0.3%를 기록했고, 2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0.6%를 기록했다. 내수부진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1.8% 증가해 전년(4.1%)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0.2% 증가했는데, 국내 재화소비가 줄었으나 해외소비가 늘어난 결과다.

26일 경향신문은 사설 <초라한 경제성장률 1.4%, 감세·규제 완화 약발 없었다>에서 "윤석열 정부는 석유파동이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도 아닌데 성장률이 1%대 초반으로 추락한 걸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정부는 지난해 대대적인 감세와 규제 완화로 내수 띄우기에 나섰다. 부유층과 대기업에 혜택을 주면 투자·소비가 늘어 경제가 살아나고 중소기업과 서민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낙수 효과’를 주장했다"며 "그러나 재작년 4.1%였던 민간소비 증가율은 지난해 1.8%로 급감했다. 감세와 규제 완화 약발이 전혀 통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경제 주체들이 요즘 체감하는 경기는 북극 한파보다 더 춥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반도체 수출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지만, 거의 모든 지표가 빨간불"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1월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 69(지난해 2월 이후 최저 수준) ▲은행 대출 연체율 4년 만에 최고치 ▲임금체불액 1조 7845억 원(1년 간 25% 증가, 역대 최고치) ▲새해 코스피지수 7% 하락(23개 주요국 중 최하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지속 ▲남북 간 긴장 고조(지정학적 리스크) 등을제시했다.

경향신문은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참신한 대책은커녕 감세와 규제 완화만 고집하고, 총선을 겨냥한 선심성 공약만 남발하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정책 방향을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 부자 증세로 재정을 확충하고, 정부 지출을 늘려 소비와 생산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사설 <경제위기 방불 ‘1%대 성장’, 눈앞 선거에만 매달릴 땐가>에서 "놀라운 건 정부의 재정정책 대응이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지난해 정부소비 증가율은 1.3%로, 2000년 0.7% 이후 23년 만에 가장 낮았다"며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감세로 투자를 활성화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설비투자 증가율은 0.5%에 그쳤다. 그 결과는 저성장과 세입 여건 악화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한겨레는 "저성장 국면에서 민생은 큰 타격을 입었다. 고용률은 나쁘지 않았지만, 물가상승률이 3%대로 올라선 가운데 1~10월 노동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이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0% 줄었다"며 "정부가 주택 가격을 떠받치기 위해 40조원이 넘는 특례보금자리론을 풀어 ‘집을 사라’고 분위기를 띄우는 동안 가계부채도 더 늘었다"고 짚었다.

이어 한겨레는 "올해도 재정의 적극적 구실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게다가 총선을 앞두고 쏟아내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 혜택 확대 등 공약을 이행한다면, 나라 살림은 더욱 엉망이 될 것"이라며 "경제 운영에 무능을 드러내고 있는 정부가 선거에 매달려 책임감마저 내려놓으니, 경제 시스템이 별 탈 없이 작동해갈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우려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25일 민생토론회에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로 '출퇴근 30분 시대'를 열고 지방 4개 도시권에서도 GTX급 철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구상에는 134조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보수언론에서도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을 그만 던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동아일보는 26일 사설 <“수도권 출퇴근 30분 시대”… ‘134조 재원’ 대책 없인 희망고문>에서 "정부가 밝힌 134조 원 사업비 가운데 중앙정부 부담은 22%인 30조 원뿐이다. 절반이 넘는 75조2000억 원을 민간투자로 충당할 계획인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정부를 믿고 대형 인프라 사업을 벌였다가 나중에 정부의 태도가 바뀌어 낭패를 본 적 있는 민간기업들이 선뜻 투자에 참여할지 불투명하다. 지자체 부담 13조6000억 원은 협의가 끝난 게 아니고, 공공기관 몫인 5조6000억 원은 공기업의 부채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정부가 2011년 GTX A·B·C 계획을 내놨을 때 전체 개통 예상 시점은 2019년이었지만 실제로는 올해 3월이 돼서야 A노선 일부가 개통된다며 "재원 마련, 민원 해소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면서 비용도 예상보다 훨씬 불어났다. 이런 난제를 해소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이번 대책 역시 역대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발표한 것과 같은 선심성 바람 잡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정부와 여당은 한정된 재원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은 채, 총선에 도움이 될 만한 프로젝트라면 일단 던지고 보는 행태를 이젠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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